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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이른 2021년 회고

입대

2020년은 이렇다 할 일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 쓰고 싶지만 입대라는 큰일이 있었습니다. 1월 상해를 갔다 온 다음 3월 일본 여행을 계획하였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취소되었습니다. 국방부 신체검사로 잠복 결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약을 먹으며 5월 18일에 입대를 하였습니다. 무료로 치료를 지원받아 음성이 된 점과 수도권이 거리 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적용되어 사회 또한 여러 행동을 제약받는 것을 보면 2020년에 입대를 한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대배치와 자기성찰

훈련소 및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자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군대를 갔다 온 많은 지인(승리자)이 ‘군대를 가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하였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일과를 하지 않는 시간에 생각만 한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 자기계발, 사회생활 등등 별의별 생각을 했습니다.

그중 꿈과 목표를 계획만 하고 방치했던 과거가 제일 마음에 걸렸습니다. 2018년 컴퓨터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외국어에도 그만큼의 관심이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한 번체자, 간체자를 기반으로 일본어까지 확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생활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요) 하지만 대학 생활 적응 및 성인이 되었다는 기쁨을 핑계로 일본어 공부를 미뤘습니다. 그 외 코틀린을 공부하겠다고 열심히 개발환경을 구축했는데 println하고 끝냈던 기억, OpenAPI를 이용한 코로나 감염자 위치 조회 웹앱 프로젝트로 잔디밭을 깔 상상을 하며 깃헙에 repo를 만들고 방치해서 나중에 스리슬쩍 private로 바꿔 감췄던 기억 등 창대한 계획으로 시작해 조용히 뒤엎는 행동들이 반복되는 저 자신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뒤엎은 꿈들을 되돌아봤고 그중 고3 때 ‘일본에서 생활 해보기’가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방법을 찾아보지 않아 방치된 꿈이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군대에서 이 꿈을 이룰 확률을 어떻게 높일까’로 흘러갔고 대학생만이 가능한 ‘교환학생 파견’과 합쳐져 교환학생 자격요건 준비 - JLPT N2 응시라는 목표로 맺어졌습니다.

시작은 N3, 끝은 N1

‘이거 할 거면 조금 보태서 이거로 하지’를 아주 잘 이행했습니다. 처음엔 집에 있던 N3 종합서로 시작했습니다. ‘N3는 역시 할만한데? N2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해서 N2 시험을 등록하고 준비했더니 21년 12월 시험이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취소가 되었습니다. 1년에 2번 있는 JLPT 시험이기 때문에 예상되는 다음 시험날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6개월? N1 한번 해볼까? 어차피 나고야나 규슈나 N1이 필요하니까~‘가 되어서 N1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고3 때 HSK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최고등급과 그 아래 등급 사이의 난이도 차이는 다른 등급끼리 비교해 몇 배는 된다는 점입니다. JLPT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N1 단어는 N2보다 매우 어려워졌고 독해는 추상적인 내용까지 나와 사실상 비문학 문제에 일본어를 곁들인 수준이 되었습니다. ‘번문이 없는 번역은 난이도가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자와 같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 ‘산’과 ‘등산자’가 무엇을 가르키는지 물어보는 문제는 아직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내용을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그 와중에 세로+왼쪽으로 쓰인 문장들(우종서)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할 수 있을까 흔들렸지만 ‘어려운 난이도? 공부할 컨텐츠가 많네? 오히려 좋아.‘라는 슈퍼긍정 마인드로 차근차근 하나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단어를 공부하고 문법과 독해 파트로 넘어가 틀린건 오답노트에 정리했습니다. 당직근무같이 밤을 새워야할 땐 이런 저런 일본어 원서를 읽으며 세로 읽기에 적응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읽는 속도가 매우 향상되어 1000자에 4문제가 나오는 장문 독해의 경우 처음엔 14분이 걸렸지만 이후 7분까지 단축되었습니다. 아픈 날 /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을 제외하고 매일 공부하려 했고 21년 7월 4일 N1을 응시하였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올 때 마음속 큰 짐을 밖으로 빼낸 기분이 들어 후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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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디스코드 봇, 잡다한 코딩

hello world만 하고 잠들어있던 백준 계정을 꺼내서 DFS, BFS, 브루트포스 등등 알고리즘을 공부했습니다. 배운 점들은 repo에 정리해두었습니다. solved.ac에서 현재 실버 2티어의 랭크에 멈춰있는데, 내년에 한번 골드 2 ~ 플레티넘까지 올려보려고 합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 프로그래머스의 스킬체크 레벨3를 통과해 대부분의 기업 코딩테스트를 통과하는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디스코드에서 열심히 채팅으로 같이 게임을 할 사람을 모집하는 친구를 보면서 글을 올려서 사람을 모집하는 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게임팟모집봇을 제작하였습니다. 작동은 하는데 CNP(Copy N Paste)기법으로 급하게 만들어 코드의 가독성이 매우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이 코드를 어떻게 높일까 생각하다가 클린코드라는 책을 통해 방법이 조금씩 보이게 되었습니다. 리팩토링를 체험해본다는 생각으로 개선해보려 합니다.

마무리 / 남은 2021년의 계획

2020년과 2021년은 저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개선한 해입니다. 미래에 직장인이 되면 군대처럼 평일에는 한정된 자유시간을 가지게 될 텐데 어떻게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방법을 찾기도 하고, 쉬지 않고 항상 무언갈 하다가 지쳐 번아웃 증후군으로 인해 글자가 잘 안읽혀 휴식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정한 상태를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힘들었지만 인생에서 제일 뿌듯한 일 년 TOP 2 정도 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뿌듯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미복귀 휴가까지 2달 정도 남았습니다. JLPT로 받은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인해 조금 지쳐 10월까지는 독서와 하고 싶었던 코딩/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년 2~3월까지는 2022-2 교환학생 준비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회고를 이렇게 쓰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작이 반이라 해서 일단 써보았습니다. 다음번엔 다른 분들의 회고를 참고해서 틀을 잡아야겠네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남은 2021년 후회 없이 보내시고 즐거운 내일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