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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회고

코딩과는 멀어졌지만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고등학교 영어 건물에서 식당으로 걸어가며 ‘일본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꿈이 생겼고 올해 이루게 되어 정말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타지에서 생활하며 한국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여러 일들을 맞이했고 이 일들로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고는 교환학생과 이로 인한 내년의 계획이 주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교환학생 지원 - 지원 준비, 면접, 합격

일본 교환학생은 슬롯에 비해 지원하는 학생이 적어서 무조건 갈 수 있지만, 몇몇 메이저 대학은 여전히 경쟁을 해야 한다. 교환학생은 공부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체험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대학교의 레벨보다는 위치를 보는 학생이 많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의 전공과목이 열리는지 확인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도쿄 쪽 대학을 지원해볼까 생각해봤지만 장학금 추첨 없음 + 알바 금지 + 기숙사 한 달 5만엔이라는 정보를 보고 이건 아니다 생각했다. 추첨은 없다고 해도 아르바이트는 꼭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을 찾아봤고 나고야 대학과 리츠메이칸 대학이 눈에 들어왔다. 나고야 대학의 경우 장학금 추첨과 기숙사 평균 2만엔, 아르바이트 가능으로 생활하기 좋은 학교라고 판단되었다. 덤으로 일본 내에서도 높은 레벨의 대학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일본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리츠메이칸의 경우 교토라는 위치로 교환학생 생활간 다양한 관광지를 다닐 수 있다는 이점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1지망은 나고야, 2지망은 리츠메이칸으로 했다. 3, 4, 5지망은 대충 괜찮은 대학으로 집어넣었다.

면접은 원래 지원하는 언어(일본어)로 진행되는 게 맞아서 면접 예상 질문을 모두 일본어로 번역해서 외웠는데 정작 한국어도 가능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운이 좋게도 면접관님은 나고야 대학 출신이셨다. 그래서 면접은 매우 편안하게 진행되었고 모든 지원자 안에서 높은 순위로 여유롭게 1지망인 나고야 대학에 합격했다.

3학년 1학기 복학 - 처음이자 마지막 비대면

21년 전역 이후 22년 1학기에 3학년 1학기로 복학했다.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군대를 가서 전역하고 복학했더니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접어드는 시기가 되었다. 일부 대학은 대면을 실시하기 시작하는 추세가 되었다. 운이 좋게도 내 대학은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고 비교적 학점을 쉽게 취득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게 행복하고 재밌다는 걸 깨달은 상태에서 복학해 부지런한 한 학기를 보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팀플 과제를 미리 구현하기도 했고 시험 기간에는 독서실 이용권을 구입해서 공부하기도 했다. 듣고 싶었던 교수님의 강의는 전공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어 3회독을 했다. 마지막 선택 교양으로 선택한 러시아어는 매번 과제와 복습을 꾸준히 해서 총합 만점이라는 신기한 점수를 받았다. 만족스러운 성적을 통해 학교를 상대로 등록금 1/3을 네고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재밌는 공부를 하며 돈까지 받는 건 정말 행복하다ㅎㅎ

교환학생 파견 준비

코로나로 인해 입국 제한이 자주 바뀌고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에 배타적이었던 일본의 비자를 받는 건 여러모로 번거롭고 오래 걸렸다. 受付済書, 사증 신청서, 확인서(본인), 확인서(담당기관 - 대학교) 등등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했고, 영사관이 아닌 여행사에 대리로 신청해야 했다. 이것도 앞 사람들의 대기로 인해 일본 비자가 붙어있는 여권을 받기까지 오래 걸렸다. 그나마 입국하는 9월부터 PCR 검사를 백신접종서로 대체할 수 있게 되어서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문제없이 입국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성격상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최대한 알아봐도 불안해해서 합격 발표 이후 다방면으로 일본 생활에 관련해서 필요한 것을 알아봤다. 주민등록, 국민건강보험 신청, 연금보험 면제, 핸드폰 번호 개통, 기숙사와 가까운 오락실 위치 등등 교환학생 합격 후 입국 직전까지 알아봤고, 입국 당일에는 todo 리스트가 40~50개가 되었다.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입국 당일부터 며칠 동안은 무기력과 피로가 극한이었지만 이로 인해 빠르게 우체국 통장까지 개설해 아르바이트 지원에 차질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 느긋한 성격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살다간 언젠가 몸이 버티지 못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기 때문이다.

동아리

일본에 오면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동아리였다. 다양한 일본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선 다양한 접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동아리 활동이었다.

일본 입국 당일 기숙사에서 일본 학생들이 있었고 이 친구들로 인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물어보니 헬프데스크라는 동아리 소속의 학생들이었고 유학생들을 도와주는 동아리라고 알려주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잘 맞는 동아리였고 일본에 온 지 두 번째 날에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유학생이 유학생을 도와주는 동아리에 들어가는 게 맞나 생각헀지만 항상 웃으면서 맞이해주고 격려해주는 일본 친구들을 보며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벤트 구상 및 포스터 제작 등 활동에 참여하며 칭찬해주고 좋게 봐주는 친구들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우체국 단기알바

일본어 회화를 늘리기 위해 좋은 방법은 일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다양한 알바에 지원했다. 드럭스토어와 레스토랑에 지원했지만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인해 제한되었고 두 곳 모두 거절당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 나고야진구 우체국에서 단기 알바를 모집했고 지원해서 합격하게 되었다!

2개월간 길지는 않지만 좋은 직원분들과 열심히 일했다. 이 일을 통해 다양한 지역의 발음을 외울 수 있었다. 중간에 손 부상과 마지막 근무 주에 코로나 밀접 접촉으로 인해 출근하지 못해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근무에 모든 분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못한 건 조금 슬프다.

정직원분이 나고야진구 우체국은 아이치현에서 제일 큰 우체국이라 했다. 한 학기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이런 대단한 장소에 소속되어 사원증을 목에 걸며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다른 학생들은 하지 못할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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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 2023년 계획

2022년은 고등학생 때 나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고 평소와 다른 생활을 하며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든 해다. 한국에 돌아가고 해를 거듭하며 교환학생의 추억은 나를 계속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동기가 되어줄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후회 없고 뿌듯한 해라고 생각한다.

23년은 휴학할 생각이다. 전공, 취활같은 미래를 위한 공부가 아닌 순수하게 내가 하고 싶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3년 전반 6개월은 일본어를 더욱 깊게 공부할 생각이다. 일본어 비즈니스 테스트인 BJT를 비롯해 JPT, JLPT를 공부해 경어와 문법, 어휘력 등 폭넓게 공부하려고 생각 중이다. 이 6개월을 부지런하게 잘 보낸다면 6개월을 더 휴학해서 진로와 관련된 공부를 할 생각이고, 아니면 복학해서 졸업과 취활을 할 계획이다.

올해는 또 어떤 해를 보내게 될지 기대된다.